100세 시대 피부노화의 비밀이 벗겨진다

인생 100세 시대. 수명은 연장됐지만 문제는 삶의 질이다. 얼마나 건강하고 행복하게 노후를 보낼 것이냐, ‘적극적 노년’에 대한 대책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2030년엔 65세 인구가 전체의 23.1%에 이르고 한국인 중위연령(전체 연령의 중간연령대)이 48.5세로 2010년에 비해 10세가 상승한다. 100세 시대에 대비한 다양한 연구와 논의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피부시계를 거꾸로 돌리기 위한 ‘젊음의 묘약’ 연구도 시작됐다.

서울대 피부노화연구실은 한국식품연구원(원장 윤석후)과 공동으로 보건복지부의 ‘100세 시대 대비’ 연구 지원을 받아 ‘주름살을 확 펴줄’ 묘약 찾기에 나섰다. 올해부터 3년 일정으로 총 4억5000만원의 연구비 지원을 받는 프로젝트로 서울대 피부노화연구실의 목표는 피부에 바르기만 해도 행복해지고, 젊은 피부로 되돌려주는 ‘바르는 엔돌핀’ 개발이다. 공상과학영화에서나 가능한 이야기라고? ‘행복해지는 로션’ ‘주름 펴주는 마법의 크림’이 절대 실현 불가능한 꿈이 아니다.

“피부노화 연구로 세상을 바꾸겠다”

지난 2월 12일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내 의생명과학원의 피부노화연구실을 찾아 100세 시대의 피부노화 비밀을 벗기는 연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알아봤다. 서울대 피부노화연구실은 인력이나 연구비 규모에서 국내 최고 수준이다. 세계 최초로 열이 자외선과 같이 피부노화를 일으킨다는 ‘광노화’ 개념을 도입해 국제학회서도 주목을 받았다. 피부노화연구실 시작부터 13년째 선장을 맡고 있는 정진호 교수(54·의과대학 피부과)는 “우리 연구실은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중국 베이징대 의대교수 3명이 2년씩 이곳에서 연구를 하고 갔고 미국·인도네시아 등에서도 오고 있다. 현재도 연변대 학생 등 중국에서 두 명이 와서 연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생명과학원 건물 앞에는 사설경비업체 직원들이 지켜 서 있고 연구실 입구도 지문인식을 통과해야 들어갈 수 있다. 연구실은 책장마다 실험도구·약품들이 천장까지 빼곡하게 쌓여 있었다. 책상 곳곳에 실험 데이터를 기록한 종이들이 어지럽게 붙어 있다. 연구실 벽면에 걸려 있는 두 개의 액자가 눈에 띄었다. 정 교수가 ‘세락원(世樂園)’이라는 글씨가 써 있는 액자를 가리키면서 “우리는 연구실을 세락원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세락원’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사람이 즐겁게 연구하는 꿈이 있는 연구실’이라는 뜻이다. ‘우리의 꿈’이라는 제목의 액자에는 7개의 항목이 적혀 있다. 내용을 보면 이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목표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다. 그중 한 개의 항목을 보니 이렇게 쓰여 있다.

‘노화기전을 규명하고 Cell(셀), Nature(네이처), Science(사이언스) 등의 세계적 학회지에 연구 업적을 발표하며 20대 피부를 80대까지 유지할 수 있는 최고 효능의 피부노화 억제제를 개발하여 노벨상도 수상한다.’

피부노화 연구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세락원’에는 교수를 비롯해 박사 후 연구원(포스닥), 대학원생 30여명의 연구원이 일한다. 이들이 현재 하고 있는 피부노화 관련 연구 주제는 수십 가지이다. 단시간에 결과가 나오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한 명의 연구원이 2~3가지의 주제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연구로는 ‘피부노화를 결정하는 원인 유전자 찾기’ ‘흰머리를 만드는 원인 유전자와 단백질 추적’ ‘피부에서 혈액형을 결정하는 당의 기능’ 등 다양하다. 마라토너가 어느 시점이 지나면 통증을 느끼지 못하고 오히려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베타엔돌핀’이라는 물질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베타엔돌핀은 뇌에서뿐 아니라 피부에서도 분비된다. 만약 피부세포에서 베타엔돌핀의 합성을 증가시킨다면 기분이 좋아지고 행복해질 것이다. 이런 가설에 따라 피부노화연구팀이 연구하고 있는 것이 앞에서 말했던 ‘행복해지는 로션’이다.

자외선 외에 열도 피부를 노화시킨다

▲ 서울대병원 의생명과학원에 있는 피부노화연구실.

정 교수팀이 밝혀낸 피부노화 연구는 다양하다. 그동안 피부노화는 자연노화와 자외선에 의한 광노화 개념으로만 이해돼 왔다. 서울대 피부노화연구실이 처음 도입한 ‘열노화’ 개념이 알려지면서 세계 화장품 업계에서 문의를 해오는 등 관련 제품들이 개발되기 시작했다. 피부세포에 열 자극을 주고 피부온도가 41도 이상이 되면 자외선처럼 콜라겐을 분해하는 효소인 MMP가 증가하면서 피부손상이 발생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열과 마찬가지로 적외선도 피부에 흡수된 후 열에너지로 변화돼 여름철에는 피부의 온도를 40~42도 정도까지 올리면서 피부노화를 초래한다는 것도 처음으로 밝혀냈다. 정 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자외선차단제뿐만 아니라 적외선차단용 선크림도 필요하다는 이야기이다.

정 교수는 “열 자극이 피부노화를 유발한다는 연구결과가 지상파 방송을 통해 보도된 후 사우나·찜질방 주인들의 항의전화를받았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후배의사들의 볼멘소리도 들어야 했다. 피부과에서 사용하는 주름개선법 중에 50도 정도의 열을 이용하는 서마지(Thermage) 치료를 받은 환자들이 방송을 보고 병원에 항의를 했기 때문이다.

피부과의 레이저 치료를 비롯해 보톡스, 필러 등이 장기적으로 피부에 문제를 일으킬 우려는 없느냐고 묻자 정 교수는 잠시 난처해 하더니 대답했다. “사실 피부에서 발생하는 모든 염증은 기본적으로 피부노화를 일으킨다고 보면 된다. 레이저·보톡스 등 피부과 치료의 경우 단기간에는 효과가 있지만 수십 년 후에 피부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에 대한 장기적인 검증이나 연구 결과가 없다. 구체적인 실험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말하기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레이저 치료는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 교수는 임상실험 때문에 한 차례 곤혹을 겪기도 했다. 임상실험을 위해서는 피부조직 등을 제공한 자원자가 꼭 필요하다. 자원자를 쓸 때는 IRB(기관 연구윤리위원회)라는 기구를 통해 연구목적·실험방법 등을 설명하고 허가를 받는다. IRB의 지시에 따라 적절한 보상도 해줘야 한다. 공중파 방송의 한 고발프로에서 “돈 받고 피부를 팔았다”는 환자의 제보를 받았다면서 연구실로 와서 카메라를 들이댔다. 전후사정 설명은 뚝 자르고 마지막 흥분해서 화내는 목소리만, 얼굴도 아닌 배 부분을 촬영한 화면과 함께 9시 뉴스에 나왔다. 정 교수는 “내 배가 전국 뉴스를 탔다”면서 “어떤 임상연구에서든 자원자는 꼭 필요한 것이고 과학 발전에 이바지하는 훌륭한 일이라는 것을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노인 주름살도 펼 수 있다

피부에 손상을 주지 않고 주름을 펴고 노화된 피부를 돌려놓을 방법이 있을까. 정 교수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서울대 피부노화연구실에서 실험을 통해 효능을 밝혀낸 ‘젊음의 묘약’은 레티노익산, 녹차추출물, 오메가3지방산, 에스트로겐 등이다.

먼저 오메가3지방산인 EPA는 자외선에 의한 손상을 억제하는 것뿐만 아니라 노인의 노화된 피부를 재생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험에 따르면 노인 피부에 1주일에 3회씩 4주간 EPA를 발라줬더니 소실되었던 콜라겐 섬유와 탄력섬유가 젊은 피부처럼 재생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EPA는 공기 중에서 쉽게 산화되고 생선 비린내가 난다. 제품화하려면 이런 단점을 해결해야 한다.

비타민A의 대표적 성분인 레티노익산 역시 콜라겐 합성과 콜라겐을 합성하는 섬유아세포를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망가진 탄력섬유를 재생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주의해야 할 점은 농도가 높거나 자주 바르면 피부가 붉어지고 화끈거리는 등 부작용이 생기기 쉽다는 것이다. 실험에서는 자극이 없는 0.01% 농도를 매일 바른 경우 8주째까지 콜라겐이 증가했다. 반면 자극과 염증을 유발하는 0.025%와 0.05%에서는 2주까지는 콜라겐 양이 증가하지만, 4주 이후부터는 염증이 심해지면서 오히려 콜라겐 양이 감소했다고 한다. 고용량의 경우엔 피부에 맞게 횟수를 줄여서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레티노익산은 미 FDA도 주름개선치료제로 허용했다. 피부과 처방을 받아야 하고 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다.

또 녹차의 카테친에 들어있는 EGCG 성분을 10% 용액으로 만들어 피부에 발라주면 자외선에 의한 손상을 막아주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ECGC는 멜라닌 색소의 합성을 억제하고 피부의 면역기능을 담당하는 랑게르한스 세포의 감소를 막아주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여성의 경우 폐경 이후 피부노화가 급격히 진행된다. 자연 피부노화로 매년 1%의 콜라겐 합성이 줄어드는데 폐경 이후에는 평균 2.1%씩 없어져 5년 동안 피부에 존재하는 콜라겐의 30%가 없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원인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감소 때문이다. 연구팀은 노화된 피부에 에스트로겐 호르몬인 에스트라디올을 발랐을 때 콜라겐 합성이 거의 젊은 피부 수준으로 증가하고 탄력섬유도 젊은 피부 수준으로 재생하는 효과를 확인했다. 너무 많은 양을 바르면 전신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의사 처방을 꼭 받아야 한다. 천연 에스트로겐 물질이 많은 대표적인 식품은 콩이다.

실제로 효능이 확인된 성분들로 주름살을 펴려면 먹는 것이 더 효과적일까, 바르는 것이 더 효과적일까. 정 교수는 “먹는 것은 체내에 들어가 피부세포를 움직이기까지 복잡한 경로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면서 “피부에 직접 바르는 것이 훨씬 효과가 빠르지만 피부에 흡수되려면 지용성이고 분자량의 합이 500달톤(질량의 단위) 이하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 서울대 피부노화연구실을 13년째 이끌고 있는 정진호 교수. 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피부노화 이해하면 인체 노화 알 수 있다

연구한 결과들을 화장품 등에 적용해 실용화하려면 얼마나 걸릴까. 정 교수는 “일단 실험을 통해 유효성을 확인하고 동물실험과 임상시험을 거쳐 안전성을 검증하려면 최소한 4~5년은 걸릴 것이다”라고 말했다.

피부노화연구실은 산학협력을 통해 연구 결과를 실용화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국내 화장품 회사인 아모레퍼시픽과는 1999년부터 산학협력 연구를 해오고 있다. 5년 단위로 1차 때 10억원을 지원받은 이래 지원금을 늘려 2차, 3차 연구협력이 진행 중이다. 아모레퍼시픽이 내건 조건은 마음대로 연구하고 유의미한 결과는 아모레퍼시픽이 먼저 제품화를 시킨다는 것. 정 교수는 “지금까지 제품화한 종류는 10~20여종이 넘을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기초연구한 데이터를 가지고 아모레퍼시픽의 자체 연구팀이 제품 응용 연구를 한다.

정 교수는 피부가 ‘인체 노화의 연구를 위한 최적의 장기’라고 말한다. 피부노화를 이해하면 뇌·뼈·근육·심장 등의 노화현상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노화로 주름살이 생기는 것처럼 노화된 뇌에서도 피부의 주름살에 해당하는 형태의 변화가 발생하고, 피부세포에서 콜라겐 합성이 감소하는 것처럼 근육세포의 단백질 합성기능도 감소한다는 것. 즉 피부노화의 비밀을 풀면 인체 노화의 수수께끼를 풀 열쇠를 제공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또 노인성질환 치료제나 피부노화 화장품 시장을 휩쓸 수 있는 고부가가치 지식이라고 생각한다.

정 교수는 지금까지 피부노화연구실에서 연구를 통해 밝혀낸 내용들을 총정리해 ‘늙지 않는 피부 젊어지는 피부’(2009년)라는 제목으로 책을 펴냈다. 이후 국내 피부미용 관련 대학 학과에서 교재로 사용하고 싶다는 요청이 많아 내용을 개편해서 ‘피부노화학(2011년)’이라는 책으로 엮어냈다.

젊음을 되찾을 수 있다는 행복한 꿈에 도전하고 있어서인지 연구실 분위기는 유쾌했다. 흰머리 없는 세상을 연구 중인 모발생물학팀의 윤선영씨(서울대 의과대학 의학과 대학원)는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는 연구가 너무 재미있다”면서 동물 임상을 위한 샘플을 준비하느라 바빴다.

▲ 서울대 피부노화연구실에는 피부과 교수부터 석·박사 등 30여명의 연구원이 근무하고 있다.

공상과학영화가 현실이 되는 날까지

정 교수가 연구에 빠진 것도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고 싶어서였다. 정 교수는 초보 의사 시절, 의사로서의 한계를 많이 느꼈다고 한다. 정 교수는 책에서 “내가 환자를 치료하는 것인지 배운 것을 암기하고 있다가 단순히 약을 나눠주는 것만 반복하고 있는지 회의가 생겼다. 책임 있는 의사라면 환자 치료와 함께 새로운 치료법을 위한 연구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적고 있다. 정 교수는 “피부노화 연구는 하면 할수록 할 일이 많아진다”면서 “연구가 또 다른 연구를 낳는다”고 말했다. 어렸을 때부터 호기심이 많았느냐고 묻자 “TV에서 하는 공상과학영화 스타트랙을 엄청 좋아했어요. 영화에서 보면 우주선에 닥터가 나오잖아요. 상처가 나면 그 닥터가 휴대폰처럼 생긴 걸로 슥 문지르면 감쪽같이 상처가 없어지는 거예요. 그런 걸 만들고 싶었어요”라고 말했다. “과연 그게 가능한 이야기냐” “언제쯤 만들어질 것 같으냐” 물었더니 정 교수가 웃으면서 대답했다. “물론 가능하죠. 20년 내에는 만들 수 있지 않겠어요.”

잡티 없이 피부가 깨끗해서 나이보다 젊어 보이는 정 교수에게 피부관리 비결을 물었다. “글쎄요. 특별한 관리는 없어요. 선크림 잘 바르고 0.025% 농도의 레티노익산을 1주일에 2~3회씩 몇 년째 바르고 있어요. 잠은 꼭 7시간은 자고 담배 안 피우고 술은 적당히. 맛있는 음식 잘 먹고 적당한 운동 하면서 스트레스 안 받으려고 노력해요. 그리고 레이저 치료는 절대 안 합니다.”

정진호 교수가 말하는 피부노화의 비밀

▲ 한국인의 연령대를 대표할 수 있는 주름살을 가진 남자와 여자의 사진을 선택하여 만들었다. 숫자는 노화점수로 사용된다. 예를 들어 주름살 정도가 40대와 50대 중간이면 3.5점.

50대 이후 여성의 피부노화 위험도 남성의 3.7배

피부는 표피·진피·지방층 세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표피는 10개 층의 각질형성세포로 이뤄져 있다. 각질형성세포 사이사이에는 피부색을 결정하는 멜라닌세포와, 면역기능을 하는 랑게르한스세포가 있다. 진피는 콜라겐섬유와 탄력섬유 등의 기질단백질로 이뤄져 있다. 진피에 혈관·모낭·땀샘이 자리 잡고 있다. 지방층은 에너지 저장창고로 지방세포가 있다. 나이가 들면서 피부가 늙어 보이는 이유는 표피에 있는 각질형성세포, 멜라닌세포, 랑게르한스세포 등이 노화현상을 거치면서 수와 기능에 변화가 생기기 때문이다. 세포분열 능력이 감소, 10개의 각질층도 3~5층으로 줄어들어 피부가 점점 얇아지고 약해진다. 진피에서 기질단백질을 합성하고 분비하는 역할을 하는 섬유아세포 기능의 감소도 주요 원인이다. 진피 무게의 80%를 차지하는 콜라겐섬유의 굵기가 가늘어지고 배열이 엉성해지면서 주름살이 생기고 탄력섬유도 정교한 네트워크가 무너지기 시작한다.

내 피부의 노화 점수는 몇 점?

내 피부의 노화는 어느 정도일까? 이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생물학적 지표는 현재 없다. 주름살·색소반점·피부탄력성 등 피부상태의 변화를 종합적으로 관찰한 후 판단을 내려야 하는데 객관화된 판정기준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 인종에 따른 피부노화 현상도 많은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백인의 판정기준을 이용할 수도 없다. 이에 따라 서울대 피부노화연구실은 자체적으로 한국인의 피부노화 판정기준을 개발했다. 20대부터 80대 이상까지 1000명의 사진을 찍어 나이별로 가장 대표적이고 전형적인 주름살을 가진 사람의 사진들을 골라 10년 간격으로 배열했다.<사진> 자신의 얼굴을 판정기준의 사진과 비교해보면 내 피부 나이를 알 수 있다.

무엇이 피부를 늙게 만드나

원인에 따라 피부노화의 종류는 자연노화, 광노화, 열노화로 나뉜다. 자연노화는 나이가 들면서 나타나는 현상이고 광노화는 자외선에 의한 노화이다. 자연노화보다 자외선에 의한 노화가 훨씬 심하다. 자외선은 콜라겐의 합성을 억제하고 콜라겐을 분해하는 효소인 MMP의 합성을 촉진시킨다. 하루 평균 5시간 이상 햇빛에 노출된 경우 1~2시간 햇빛에 노출되는 것에 비해 4.8배 이상 피부노화 위험성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햇빛을 받으면 피부세포의 DNA가 손상된다. 서울대 피부연구실이 세계 최초로 도입한 열노화는 열로 인해 피부온도가 올라가면 MMP가 증가하면서 콜라겐과 탄력섬유를 분해하는 등 자외선을 받았을 때와 같은 피부손상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뜨거운 불 옆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피부노화가 일반적인 사람보다 심하게 진행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감소도 노화의 주요 원인이다. 50대 이후 여성의 피부는 남성에 비해 피부노화 위험도가 3.7배 이상 높다. 몇 명의 자녀를 두었는지도 피부노화 정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아이 한 명을 낳을 때마다 피부노화는 1.8배 증가한다.

때 밀면 안 되는 이유

10개 층으로 이뤄진 각질형성세포는 가장 아래층에 있는 각질층만 세포분열을 하면서 분열된 세포를 위층으로 올려 보낸다. 피부의 가장 바깥쪽 각질층은 물 한 방울 세균 한 마리 통과할 수 없도록 정교하고 과학적으로 만들어진 보호막이다. 때수건으로 때를 미는 것은 이 보호막을 제거하는 것으로 군인을 무장해제시키는 것과 같다. 때밀이로 손상된 각질층은 외부의 균이 침입하기 쉽고 수분이 밖으로 빠져나가 피부를 건조하게 만든다. 건조한 피부는 가려움증을 유발한다. 긁으면 염증이 생기고, 염증은 더 심한 가려움증을 유발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건조하고 염증으로 손상된 피부는 결국 피부노화를 앞당긴다. 피부노화연구실의 실험에 따르면 때를 밀었을 때 피부의 수분량이 밀지 않은 피부에 비해 10% 감소하고 피부탄력도 20% 정도 일시적으로 감소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피부노화를 막으려면

최대의 적은 자외선이다. 피부노화는 햇빛만 피하면 80~90% 예방이 가능하다. 피부노화는 수십 년간 햇빛에 노출된 결과이다. 일반적으로 18세 이전에 일생 동안 받는 자외선의 3분의 1을 받게 되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자외선차단제를 꼭 바르는 것이 좋다. 또 염증을 유발하는 모든 자극은 결국 피부노화를 촉진하기 때문에 햇빛, 열은 물론 물리적 자극도 피해야 한다. 진피에 존재하면서 가려움증을 일으키는 비만세포도 노화와 깊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비만세포의 작용을 억제하면 피부노화를 예방할 수 있다.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항산화식품을 섭취하거나 콜레스테롤, 지방산 등 지질성분을 바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출처:주간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