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밥상 먹방… 암도 먹는 즐거움 못 뺏죠”

정신우 셰프가 16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최근 출간한 에세이집 ‘먹으면서 먹는 얘기할 때가 제일 좋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근 전통차와 향토음식에 큰 흥미를 갖고 공부하고 있다”는 그는 열의에 차 있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환자라고 ‘먹방’ 하지 말라는 법 있나요? ‘추억의 음식’ 한 숟가락을 입에 넣고 먹는 즐거움을 느끼는 걸 볼 때 제일 행복합니다.”

‘국내 1호 푸드 스타일리스트’란 수식어로 유명한 정신우 셰프(50)가 항암 투병 와중에도 음식에 대한 단상을 담은 에세이를 펴냈다. 책 제목은 ‘먹으면서 먹는 얘기할 때가 제일 좋아’(위즈덤하우스). 16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쉽지 않았지만, 제 책을 집어 든 독자가 일상에서 잊고 지낸 먹는 즐거움을 되찾았으면 하는 마음에 썼다”고 말했다.

정 셰프는 한국 음식업계에서 항상 화제를 몰고 다녔다. 배우로 활약했던 경력 덕분에 ‘훈남 셰프’로도 불렸던 그는 요리경연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인기도 얻었다. 그런데 2014년 우연히 찾았던 병원에서 청천벽력 같은 선고를 받았다.

“간단한 상처를 치료하러 갔는데 ‘흉선암’이란 진단을 받았어요. 심지어 길어야 15개월이란 얘기까지 들었습니다. 하늘이 무너졌죠. 밑도 끝도 없이 ‘어떻게 이렇게 무책임할 수 있느냐’며 의사에게 무작정 화를 냈기도 했습니다. 머리가 하얘져 아무것도 할 수 없었죠.”

투병을 시작하며 하루에도 수십 번씩 우울함이 몰려왔다. 하지만 정 셰프는 ‘그래도 살아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한다. 그는 누워서 치료만 받을 게 아니라 직접 ‘항암 밥상’을 만들어 먹기로 결심했다. 그는 “제 식단과 투병기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더니 다른 환우들로부터 ‘이 음식이 정말 먹고 싶은데 먹어도 되느냐’는 질문이 쏟아졌다”고 말했다.

반응은 생각보다 더 뜨거웠다. 몇몇 의학 전문가들은 “환자가 그렇게 먹으면 안 된다”고 걱정 어린 조언도 보내왔다. 하지만 그는 “먹는 즐거움을 되찾는 건 무엇보다 큰 위로가 됐다”고 털어놨다.

“환자들은 소화기능이 떨어져 어차피 많이 먹을 수도 없어요. 정답은 아닐지 몰라도 무조건 ‘먹지 말라’고 할 게 아니라 양념을 덜하거나 소화에 좋은 재료를 써서 환자가 먹고 싶은 음식을 즐기는 게 중요하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이번 에세이는 굳이 항암에 대한 얘기는 본격적으로 싣지 않았다. 오히려 삼겹살과 짜장면, 소갈비 등 군침 돌지만 딱히 ‘건강’과 직결되진 않는 음식들을 주로 다뤘다. 정 셰프는 “말 그대로 먹는 얘기 하는 게 제일 즐거워서 ‘인생 음식’에 대한 수다를 담았다”며 “숨겨진 전국 맛집과 그들의 손맛 비법도 소개하고 싶었다”고 했다.

정 셰프는 앞으로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더욱 바쁘게 지낼 계획이다. 그간 본인의 노하우를 전수하는 ‘항암 콘서트’를 열며 많은 이들과 즐거움과 고단함을 함께 나눴다. 앞으로는 유튜브 채널도 개설해 제대로 된 ‘먹방’도 선보인단다.

“여전히 투병 중이라 해도 별다를 건 없어요. 끊임없이 웃으며 먹고 얘기하는 게 우리네 삶의 진면목이 아닐까요.”

출처: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