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과 승차공유는 ‘쌍둥이’

8∼11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9’는 기자의 두 번째 CES 현장 취재였다. 4년 전 ‘CES 2015’를 취재하며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디터 체체 메르세데스벤츠(다임러) 회장이 기조연설에서 공개한 ‘럭셔리 인 모션’이라는 자율주행차였다. 은빛의 수려한 외관을 뽐내며 이 차는 실제로 무대에 등장했다. 공상과학(SF) 영화에나 나올 법한 자동차를 눈앞에서 보며 관람객들은 박수를 보냈다. 라스베이거스로 떠나기 전 막연히 ‘올해는 하늘을 나는 자동차라도 직접 보려나’라고 기대했던 건 4년 전 럭셔리 인 모션을 보며 느낀 충격 때문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었던 건 ‘평범한’ 자율주행 셔틀이었다. 도요타, 벤츠뿐만 아니라 보쉬, 콘티넨탈, ZF(이상 독일) 덴소, 아이신, 파나소닉(이상 일본) 등 부품업체도 자율주행 셔틀을 선보였다. 크기는 4인승부터 16인승까지 각각 달랐지만 스티어링 휠이나 콕핏(운전석 계기판)이 아예 없는 완전 자율주행용 모델이 다수였다.

한 가지 흐름이 분명해 보였다. 자율주행은 개인용 자동차가 아니라 여러 사람이 함께 타는 이른바 ‘라이드 셰어링(승차공유)’ 모델로 먼저 실현될 것이라는 점이다. 대학교 캠퍼스 내부 같은 일정 노선으로 달리는 자율주행 셔틀은 이미 상용화됐다. 인공지능(AI)이 시간, 지역에 따라 가장 적절한 코스를 정하는 모델 역시 기술적으로는 완성됐다. 자동차 업계는 이를 ‘TaaS(Transport as a Service·서비스로서의 수송) 3.0’이라고 부른다. 그러고 보면 왜 하나같이 네모난 모양인지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서비스 공간’을 최대한 늘려야 경제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TaaS 3.0은 자율주행 셔틀 본체만으로 완성되는 게 아니다. 이런 셔틀을 호출하고 사용자와 매칭하는 플랫폼이 더 중요하다. 이는 정보기술(IT) 기업 몫이 될 것이다. 미국 우버와 리프트, 다임러가 인수한 카투고(Car2Go), 동남아 그랩, 중국 디디추싱 등 차량공유 업체들이 대표적인 자율주행 플랫폼 후보들이다. 인터넷 기업 구글, 중국 바이두도 이 플랫폼을 서둘러 구축하고 있다. 눈앞으로 다가온 미래 모빌리티 산업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다.
한국은 어떨까. CES 취재 일정을 끝내고 돌아와 첫 출근을 한 날 카카오모빌리티가 카풀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한 정치인은 이날 “공유경제의 탈을 쓴 약탈경제”라며 공격을 퍼부었다. CES 현장의 기억이 아직 생생해, 더 착잡한 심정이다.

PS. ‘하늘을 나는 자동차’도 실제로 전시됐다. 우버는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플라잉 택시 ‘벨 넥서스’ 시제품을 공개하며 “2023년 상용 서비스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프로펠러 4개를 장착한 벨 넥서스의 위용은 4년 전 럭셔리 인 모션보다 훨씬 더 충격적이었다.
출처:동아일보 황태호 산업1부 기자 tae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