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이 최고

진단기술이 발달되기 전에 의사는 자신과 환자의 오감에만 의존해 진단했다. 얼굴색과 눈을 살피고, 심장소리를 듣고, 맥박을 느끼면서 질환을 진단했다는 얘기다. 진단기기가 최첨단화된 지금도 감각기관은 의사들의 훌륭한 진단 도구가 되고 있다.

의학전문 저술가이자 질병예방 전문가로 손꼽히는 미국 조앤 리브만-스미스 박사(바디사인 저자)는 “피부색, 모발, 기침과 재채기, 귀, 코, 손발톱, 목소리 등에는 수많은 질병의 단서가 숨어 있다”며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지 말고 ‘정상’이라고 판명이 나더라도 이상징후가 보이면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으라”고 조언한다.

예를 들어 진한 황갈색이나 검은색 가래가 나오면 만성 기관지염, 기관지확장증, 폐암, 폐결핵 등을 의심해볼 수 있지만 가래가 무색 투명하다면 급성기관지염이나 천식을 의심해볼 수 있다. 소변에 거품이 많으면 당뇨로 인한 신장 합병증일 가능성이 있다.

얼굴색이나 몸의 변화와 관련해 주의할 점은 어디까지나 증상 참고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김정숙 이대목동병원 건강증진센터장은 “평소 몸에서 보내는 신호를 주의 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지만 증상에 따라 다양한 질환들이 가능하기 때문에 증상이 발견됐을 때 스스로 판단하지 말고 전문의를 찾아 검사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① 기침과 재채기

꽃가루와 황사가 잦은 봄철에는 기침과 재채기를 자주 하게 된다. 기침이나 재채기는 입과 코를 통해 들어온 이물질을 내보기 위해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인체 반응이다. 이 때문에 나오는 기침을 참으면 건강에 해롭다. 그렇다면 기침은 몇 번이나 해야 정상일까.

호흡기 질환이 있거나 흡연을 하는 사람은 하루 1~2번의 기침은 정상이다. 그러나 호흡기에 문제가 없다면 기침은 하루 아니 1년에 한번도 하지 않는 게 정상이다. 염호기 인제대 서울백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원장)는 “기침을 한다는 것은 호흡기 질환이 있다는 것을 시사하고 기침이 줄었지만 아직 한다는 것은 여전히 호흡기 질환이 완치되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잦은 헛기침은 불안과 긴장의 신호이거나 틱 장애(특별한 이유 없이 신체 일부분을 빠르게 움직이는 이상 행동이나 이상한 소리를 내는 것을 말함) 또는 기타 운동장애의 신호일 수 있다. 쉰목소리를 동반한 헛기침은 만성적인 후비루(後鼻漏·코 및 부비동에서 다량으로 생산된 점액이 목 뒤로 넘어가는 현상)나 위식도역류질환이 있다는 중요한 단서일 수 있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데도 기침을 달고 산다면 후비루, 알레르기, 천식, 위식도역류질환의 신호일 수 있다. 현재 담배를 피우고 있거나 과거에 담배를 피웠다면, 혹은 흡연자와 살고 있다면 지속적인 기침은 만성폐쇄성 폐질환(COPD)뿐만 아니라 폐암과 후두암의 경고 신호일 수 있다.

재채기도 코 내부의 이물질을 스스로 청소하고 있다는 건강한 신호다. 따라서 시원스러운 재채기는 건강의 청신호로 평소 별 문제가 없다. 그러나 재채기를 하고 싶은데 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재채기를 하고 싶지만 몇 번이고 반복해 재채기를 하지 못하고 그저 넘어갈 경우 뇌종양의 신호일 수 있다. 뇌졸중에서 회복 중인 환자나 정신분열증 및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주로 재채기를 하고 싶지만 잘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② 콧물

의학적으로 비염이라고 알려진 콧물은 단순 감기나 알레르기 신호일 수 있다. 하지만 감기나 알레르기가 없는데도 맑은 점성 분비액이 코에서 계속 흘러나온다면 종양과 같은 심각한 질병을 의심해봐야 한다. 코 분비물이 진하고 지저분하다면 부비동염(축농증)의 경고일 수 있다. 특히 입 냄새가 심하고 통증이나 발열이 있는 경우라면 축농증일 수 있다.

③ 가래

희거나 분홍색 거품의 가래가 나오면 폐부종이나 심장병일 가능성이 있다. 폐부종이나 심장병에 걸릴 경우 하지부종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다리가 부었는지도 함께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가래 색이 진한 황갈색이나 검은색이면 만성 기관지염, 기관지확장증, 폐암, 폐결핵 등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무색 투명한 가래가 생길 경우 급성기관지염이나 천식일 가능성이 있다. 화농성의 반투명한 가래는 폐렴, 폐농양 증상이 있을 때 나타날 수 있다.

④ 입

입 냄새의 약 85%는 입안에서 시작되며, 그 나머지 냄새는 위장과 호흡기관이 주원인이다. 만약 아침에 지독한 입 냄새가 난다면 건조한 입의 신호일 수 있으며, 어떤 약물을 복용하거나 특정 질환을 앓고 있을 때도 악취가 생길 수 있다.

입에서 달콤한 냄새나 과일 냄새, 달콤한 화학약품 또는 아세톤 냄새가 나면 당뇨병이 있고 혈당이 통제되지 않아 위험 수준에 달했다는 경고 신호일 수 있다. 입에서 소변이나 암모니아 냄새가 나면 신장질환이나 생명을 위협하는 만성 신부전증을 앓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⑤ 눈

한쪽 눈에만 시야 장애가 생긴다면 이는 뇌졸중의 전조증상일 가능성이 높다. 이를 단순한 안과 질환이라고 여겨 지나치면 뇌졸중을 조기에 치료할 기회를 놓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눈자위가 노란색을 띨 경우 간질환이나 담도질환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눈의 수정체가 흐려져 눈동자 속이 희게 보이는 증상은 후천적 백내장일 경우 나타날 수 있다.

⑥ 손톱

손톱이 흰색이라면 만성 간염이나 영양결핍, 노란색을 띠면 황달이나 폐질환일 가능성이 높다. 진균종과 같은 곰팡이 감염일 경우에는 손톱이 검은색을 띨 수 있다. 손톱 밑의 반달모양은 소화기관의 건강함을 나타내는 척도로 반달이 작아지면 변비를 의심해 볼 수 있다.

⑦ 안색

피부가 창백할 경우 빈혈일 가능성이 높다. 이때는 평소 입맛이 없고 속이 울렁거리는지, 몸이 나른하거나 쉽게 숨이 차는지 등 빈혈증상을 함께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폐렴, 폐암, 천식 등 폐 기능이 저하될 경우에도 안색이 창백해질 수 있다.

간 기능이 떨어지거나 담도질환이 있으면 황달과 같이 안색이 노란색을 띨 수 있고 평소와 다르게 얼굴이 붉어지는 경우에는 혈액순환 장애를 의심해 볼 수 있다. 신장질환이 있을 경우 안면이 거무스름한 색을 띠는데 보통 피부가 얇고 혈액 색이 잘 보이는 눈 주위부터 나타나게 된다.

⑧ 소변

소변은 신장에서 걸러져 나오는 수액으로 소변을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 관인 요로나 그 근처에 위치한 전립선에 염증이 생기면 혈뇨가 나올 수 있다. 따라서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올 경우 요로나 전립선 염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평소보다 소변에 거품이 많은 경우에는 당뇨로 인한 신장 합병증일 가능성이 있다. 다만 변기 청소 후 세제가 남아 있거나 배뇨 시 낙차가 큰 경우에도 거품이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들 거품과는 구분해야 한다.

⑨ 대변

대변이 초록색일 경우에는 식중독이나 급성 위염일 가능성이 높다. 위에서 출혈이 발생하면 각 기관을 거치면서 산화하게 되는데 이때 대변은 검은색을 띠게 된다. 따라서 대변이 검은색이면 위출혈을 의심해봐야 한다. 대변에 붉은 피가 섞여서 나오면 대장암으로 인한 출혈이나 항문 근처의 치질 등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이 경우 정밀진단을 통해 정확한 원인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